[스페셜경제] ‘3분요리’로 유명한 식품업체 ㈜오뚜기의 오너일가가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율을 최대 99%까지 끌어올려 실적을 높이고, 이들 오너일가는 매해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창업주뿐만 아니라 2세 손자・손녀, 사위까지 ‘내부거래’를 통한 이득 챙기기에 열중하는 오뚜기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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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 지난 2월 ㈜오뚜기가 사상 최대 배당을 결정하면서 함태호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함영준 회장, 그 외 친인척들이 올 연말 5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게 됐다. 이를 계열사로까지 확장하면, 배당금의 액수는 더욱 많아진다. 함씨일가가 이처럼 많은 배당금을 받게 된 것은 오뚜기 등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해외법인을 포함해 국내외에 총 1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 계열사의 실적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뚜기는 현재 최대주주 함태호 명예회장(17.46%)을 필두로 그의 아들 함영준 회장(15.38%), 딸 영림(3.31%)・영혜(3.31%), 동생 창호(2.70%)・승호(0.99%), 손녀이자 함 회장의 남매 윤식(2.04%)・연지(1.15%) 씨가 대주주에 올라있다.
이들 함씨일가는 오뚜기 외 계열사에도 최대주주 혹은 대주주로 둥지를 틀었는데 오뚜기라면, 상미식품, 풍림푸드,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냉동식품 등의 내부거래 비중이 최대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함영준 회장(24.70%)과 오뚜기(23.69%), 함 명예회장(10.93%)이 대주주에 자리한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4425억원의 매출 중 무려 99.2%에 달하는 4389억원을 오뚜기로부터 올렸다.
이를 통해 오뚜기라면은 올해 함씨일가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총 20억2877만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과 함 명예회장은 최소 7억원대의 현금 배당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 명예회장의 동생, 함창호 씨가 회장으로 자리한 상미식품 또한 오뚜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내부거래를 맺고 있다.
식품가공업체 상미식품은 지난해 636억원의 매출에서 오뚜기로부터 400억원, 오뚜기라면에서 221억원을 올리는 등 내부거래를 통해서만 97.6%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에도 내부거래가 공시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관계사들을 통해 96~97%의 매출을 꾸준히 거뒀다.
상미식품 역시 함창호 회장(46.40%), 함영준 회장(11.80%)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해 배당금 5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함창호 회장과 함영준 회장은 배당금 중 절반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함 명예회장의 둘째사위 정연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풍림푸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식품 제조업체 풍림푸드는 매출액 541억1474만원 중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오뚜기냉동식품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총 294억4592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율은 54%에 이른다. 오뚜기라면 등에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율이 낮지만, 2011년에는 65%, 2000년대 중반에는 최대 74%까지 끌어올려 거래한 바 있다.
이러한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린 풍림푸드는 정연현 사장(39.3%), 함영준 회장(28.6%), 오뚜기(14.3%), 영림・영혜(합 17.8%)씨 등에게 올해 총 수억원의 배당금을 줄 예정이다.
이밖에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제유 등도 오뚜기를 등에 업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오뚜기물류서비스의 경우 오뚜기(17.99%), 함영준 회장(16.97%) 등이 (최)대주주에 자리해 오뚜기로부터만 지난해 매출액 834억6563만원의 절반을 넘는 454억7414만원을 올렸다. 또 함 회장(26.52%), 오뚜기(24%)가 (최)대주주에 있는 오뚜기제유 또한 매출의 상당부분이 내부거래였다. 때문에 양사는 감사보고서 내 오뚜기의 성격을 ‘당사에 중대한 영향력 행사’라고 기재해야 했을 정도다.
오뚜기의 이러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업계 일각에서도 눈총을 사고 있다.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지며 6월 임시국회에서 ‘부당 내부거래’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방침인 가운데 오뚜기의 높은 비중이 식품업계 전반의 이미지로 비쳐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 오뚜기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내부에서도 (내부거래 축소에 대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너일가가 내부거래를 통해 배당금을 축적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 “그것(배당금 축적)을 목적으로 관계사와의 거래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업무의 유연성을 위한 거래였으며, 오너일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사진=뉴시스 개념있는 뉴스, 속시원한 분석 스페셜경제 <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