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공사현장에 제공한 음식, 보위사령부가 군병원으로 빼돌려
평양에 정주영체육관을 건설하던 2000년 초의 일이다. 체육관 건설에 필요한 설계와 기술·자재는 현대 측이 제공하고, 노동력과 시공·골재 등은 북측이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자신들의 몫을 인민보안성(현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 7총국에 맡겼다.
당시 인민보안성 아래에는 건설공사를 전담하는 7총국과 8총국이 있었다. 7총국은 공병총국으로 산하 4개 국(局)에 연인원 8만여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8총국은 도로총국으로 4개 여단, 4만여명을 망라하고 있었다.
7총국 산하 1국은 김일성·김정일 특각(별장) 등 비밀시설을 건설하는 부대로, 산하에 7개 공병여단을 두고 있었다. 2국은 지상건설, 3국은 지하건설, 4국은 광산건설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북한당국은 대한민국 유수의 기업인 현대 측과 함께 일한다는 점을 고려해 특별히 시공을 7총국에 맡겼고 7총국은 내부적으로 사상과 신체조건, 숙련도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1국과 2국 사람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인원을 뽑았다. 이렇게 선발된 사람들을 모아 군복을 모두 벗기고 사복을 갈아입힌 뒤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당시 인민보안성 아래에는 건설공사를 전담하는 7총국과 8총국이 있었다. 7총국은 공병총국으로 산하 4개 국(局)에 연인원 8만여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8총국은 도로총국으로 4개 여단, 4만여명을 망라하고 있었다.
7총국 산하 1국은 김일성·김정일 특각(별장) 등 비밀시설을 건설하는 부대로, 산하에 7개 공병여단을 두고 있었다. 2국은 지상건설, 3국은 지하건설, 4국은 광산건설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북한당국은 대한민국 유수의 기업인 현대 측과 함께 일한다는 점을 고려해 특별히 시공을 7총국에 맡겼고 7총국은 내부적으로 사상과 신체조건, 숙련도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1국과 2국 사람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인원을 뽑았다. 이렇게 선발된 사람들을 모아 군복을 모두 벗기고 사복을 갈아입힌 뒤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 2003년 10월6일 평양의 류경 정주영체육관 개장기념 남북합동공연.
그런데 현대 측으로부터 물품을 받아 포장을 뜯기도 전에 인민군 보위사령부(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적(敵)으로부터 받은 물품을 모두 압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적지(敵地)에서 온 물건이므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거기에 독이 들었는지, 무엇이 들었는지 어찌 알겠는가”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북한당국은 평소 7총국 사람들에게 함께 일하는 현대가 ‘적’이라는 점을 부단히 상기시켜왔다. 체육관 공사를 하면서 한 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때마다 당국은 7총국에 새 공사 시작을 알리는 군사명령을 내렸다. 그 군사명령에 현대는 늘 ‘적’으로 지칭됐다.
아무튼 7총국 사람들은 졸지에 당한 일이라 한 마디로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으로 포식할 꿈에 젖어 있다가, 손도 못 대보고 빼앗기고 나니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독약’ 운운하는 그들의 얘기가 터무니없는 억지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보위사령부 요원들에게 대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인민군 보위사령부는 7총국으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가져다가 인민군 11호 병원에 풀었다. 평양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있는 인민군 11호 병원은 군에 소속된 가장 큰 종합병원이다. 물품 가운데 일부는 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 인민군 장성(將星) 전용병원인 어은병원으로 빼돌렸다. 어은병원은 진단과 치료를 위한 기본 시설 외에 수영장과 체육실, 한증탕 등 편의시설까지 갖춘 북한에서 최상급의 병원이다.
- 2009년 8월 10일 평양에 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다섯 번 체류기간을 연장한 끝에 16일 김정일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현정은 회장, 김정일, 정지이 현대U&I 전무(현 회장 큰딸), 최규훈 현대아산 계약지원실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그러나 분통을 터뜨리는 것 외에 달리 어찌해볼 방도가 없었다. 인민보안성 7총국의 위상이나 권세로는 보위사령부를 당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7총국은 당초 물품을 건네준 현대 측에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을 했다. 7총국 사람들로부터 전후 사정을 전해들은 현대 측은 생각 끝에 현장 근로자들을 한데 모아 회식을 시켜주기로 했다. 아무리 보위사령부라 해도 회식자리까지 찾아와 입에 들어가는 음식물을 빼앗아가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따뜻한 어느 봄날 평양의 105층 류경호텔 앞 널따란 잔디밭 공터에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현대 측에서는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음식을 좀 더 넉넉히 준비해 내놓았다. 현대 측이 7총국 사람들을 위해 회식자리를 마련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뜻밖에 북한당국이 따로 고기와 야채 등을 잔뜩 싣고 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현대 측이 마련한 식품이 주로 가공식품이었던 점을 의식해 당국은 자연식품 위주로 준비했다. 양측 음식물이 바로 비교되는 것을 꺼린 나름의 안배였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부식물은 8호 농장에서 긴급히 날라온 것이었다. 북한에는 김일성·김정일이 먹는 음식재료와 부식물을 재배하는 특수농장이 따로 있다. 8호농장과 9호농장이 그것이다. 당국은 고기 굽는데 필요한 숯을 실어오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했다. 덕분에 7총국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김일성·김정일 전용농장의 부식물을 제공하고, 게다가 헬기까지 동원한 것은 일찍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현대가 마련한 음식물에 근로자들이 주눅들까봐 김정일이 결단한 아주 특별한 ‘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