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재미와 감동, 한 편의 축구축제 같던 홍명보 자선 축구

천안한화빙그레 2014. 8. 11. 07:30

2003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의미있는 자선 축구 경기가 열렸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자선 축구는 계속 됐습니다.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고, 생각대로T SK텔레콤이 후원하는 '생각대로 T와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Dream Match 2009'가 크리스마스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약 2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경기장 입구에서 나눠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즐거움을 푸른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마음껏 나누고 즐겼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도 경기장 1층을 가득 메운 관중들

선수들은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사진-김지한)

 

올 한 해 한국 축구는 많은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으며, 좋은 성과들을 많이 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경기는 하나의 축구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U-20 월드컵 8강 신화 주역인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희망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 주역인 국가대표 선수 다수가 포함된 선수들이 사랑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펼쳤는데 가히 한국 축구 전체 올스타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습니다. 이날 경기에는 정몽준 FIFA 부회장 겸 축구협회 명예회장, 조중연 축구협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인규 KBS 사장 등도 자리를 빛내 축구계 인사들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총출동했습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어린이들과 입장한 선수들 (사진-김지한)

 

정몽준 FIFA 부회장 겸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자선경기를 위한 축사라기보다 2022월드컵 유치 신청을 했다는

홍보성 멘트만 하고 나와 아쉬움이 많았다. (사진-김지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지한)

 

사랑팀, 희망팀 선수들이 서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지한)

 

이날 경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알레이시오 초등학교의 변수호 어린이를 후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러졌습니다. 변수호 군 외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축구 꿈나무로 자라나는 아이들, 그리고 투병중인 소아암 어린이 등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자선 경기였습니다. 그런 성격에 맞춰서인지 관중들 다수가 가족 단위였고, 그 가운데서 어린이들의 모습이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이들은 TV에서만 보던 축구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본 것이 마냥 신기해했고, 현란한 플레이와 많은 골에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찾은 관중 외에도 친구, 연인끼리 축구장을 찾아 색다른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씨 속에도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은 사람들의 열정이 경기장 안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어린이들 (사진-김지한)

 

 

 

가족, 친구, 연인끼리 색다른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축구장을 찾았다. (사진-김지한)

 

특히 어린이들은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서 유독 한 선수에 엄청난 열광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바로 개그맨 이수근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KBS 인기예능프로그램 1박2일, 개그콘서트 등을 통해 인기를 모은 이수근은 이날 특별 게스트 선수로 초청돼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이수근은 경기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몸놀림을 보이며 서서히 '자기 페이스'를 끌어올렸습니다.

 

자신 앞에 카메라가 들이닥치자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이수근 (사진-김지한)

 

계속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는(?) 이수근. 재미있는 포즈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사진-김지한)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장한 이수근은 빠른 측면 돌파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왠만한 축구 선수' 못지 않은 축구 실력을 과시하면서(?) 팬들을 놀랍게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되지 않을 때는 심판에게 제스처를 취하는 이기적인(?) 행동도 보여줬습니다. 특히, 자신을 수비하던 김치우(서울)에게 잇따라 리얼한 '헐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며 관중들을 폭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전반 내내 이어졌던 이수근의 '원맨쇼'에 많은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리 비켜" 김치우의 손에 매달린 듯한 이수근 (사진-김지한)

 

김병지와 1대1 찬스. 그러나 선방에 걸려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이수근 (사진-김지한)

 

 

결국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수근. 그러나 동료들은 모두 무시한 채 드러눕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사진-김지한)

 

어딘가를 쳐다보는 이수근. 이날 이수근의 만점 활약 덕에 축구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김지한)

 

이날 경기의 또다른 히어로는 바로 이 경기의 주관자인 홍명보 감독이었습니다. 모처럼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밟은 홍명보 감독은 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유연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많은 박수를 받았는데요. 특히, 이전에 보여준 카리스마적인 모습과 달리 이날만큼은 '완전히 망가진' 모습도 선보이며 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첫 골세레모니에서는 제자들과 걸그룹 댄스 3종 세트를 모두 소화해냈으며, 특히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노래에 맞춰 특유의 발놀림 댄스로 관중들을 활짝 웃게 만들었습니다.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 카라의 미스터,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맞춰

골세레모니를 펼치는 선수들.

마지막에 홍명보 감독이 가운데에서 멋지게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김지한) 

 

홍 감독의 재치있는 모습은 자신이 경기장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이수근의 골로 동점에 성공한 뒤 선수들은 갑자기 홍 감독에게 달려들어 가마를 태우는 시늉을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홍 감독을 그라운드 바깥으로 내팽개치다시피 하며 달아났습니다. 바로 다른 선수와 교체를 하기 위해 선수들이 홍 감독을 바깥으로 내보내버린 것(?)입니다. 선수들의 재치도 재미있었지만 홍명보 감독의 액션이 리얼하지 않았다면 다소 어리둥절했을지도 몰랐을 겁니다. 어쨌든 홍 감독의 연기는 10점 만점에 10점급이었으며, 재미있게 경기장을 나간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며 자신의 위치인 감독석에 앉았습니다.

 

 

 

홍명보의 굴욕?  제자들로부터 버림받은 홍명보 감독의 재치있는 선수 교체 세레모니.

마지막에 이수근이 손가락질(?)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사진-김지한)

 

이날 경기의 백미는 바로 골세레모니였습니다. 양 팀 선수들은 저마다 준비한 골세레모니로 관중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며, 웃음과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전반 3분 만에 첫 골을 넣은 사랑팀은 개그맨 서경석의 화살코 세레모니로 재미를 안겼으며, 19분에는 서경석이 골을 성공시킨 뒤 주변에 있던 이동국과 함께 시건방춤 세레모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후반전에 골을 넣은 김승용과 김종국은 ‘피겨여왕’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007 메들리’를 연상시키는 춤을 선보여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화살코 세레모니에 넘어지는 서경석 (사진 위)

골을 터트린 뒤 주변에 있던 이동국을 끌어모아 시건방춤을 보이고 있는 서경석 (사진 아래)

(사진-김지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희망팀은 세레모니가 더욱 기발했습니다. 걸그룹 댄스 3종 세트와 뒤로 넘어지는 세레모니를 펼친 희망팀은 후반 25분 동점골을 터트린 뒤 변수호 어린이를 지휘자로 내세워 '오케스트라 지휘 세레모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30분 골을 성공시킨 뒤에는 선수 5명이 유니폼 속 티셔츠에 '무한도전?'이라는 글귀가 적힌 것을 이수근 앞에 선보인 뒤, 뒤돌아서며 '1박2일짱'이라고 다시 보이게 하며 이수근을 감동(?)시켰습니다. 여기에 주심도 인상적인 세레모니를 선보였는데 유니폼을 벗었다는 이유로 선수 전원에게 '옐로우 카드'를 주며 폭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변수호 어린이(가운데 0번)를 지휘자로 내세운 뒤 오케스트라 지휘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는 희망팀 (사진-김지한)

 

 

 

이수근 앞으로 다가가 '무한도전?' '1박2일짱'이라는 글귀를 보여주고 있는 희망팀 선수들.

그러나 유니폼을 벗었다는 이유로 주심이 옐로 카드를 꺼내들어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김지한)

 

이렇게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경기 외적인 이벤트 역시 많은 관중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김태우는 '꿈을 꾸다', '사랑비' 등 대표곡 2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면서 경기장 안을 한동안 콘서트장같은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이어 열린 기네스북 도전 이벤트는 15분동안 7곡의 캐롤을 부르는 것으로, 지난 2007년 미국 시카고에서 세운 1만4750명의 기네스 기록을 깨기 위해 선수와 관중이 하나돼 크리스마스 캐롤을 열창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 집계 결과, 1만3785명으로 약 900여명 차이로 기록 경신을 놓쳐 한국 기록을 세우는데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목표를 위해 하나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며, 축구장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만든 것만큼은 모두가 인정하고 즐거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곡을 라이브로 열창한 김태우.

드넓은 잔디 위에서 노래부르며 자신을 바라보는 관중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사진-김지한)

 

 

 

 

 

구세군 브라스 밴드에 맞춰 선수, 관중이 하나돼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있다. (사진-김지한)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한국 기록 인증서를 받고 있는 홍명보 감독 (사진-김지한)

 

이렇게 홍명보 자선 경기가 기분좋게 막을 내리면서 한국 축구의 2009년도 마무리됐습니다. 골도 많이 터지고, 다양한 이벤트들이 많이 열렸지만 무엇보다 선수와 팬이 하나가 돼 뜻깊은 자선 축구를 이제는 완전히 정착시켰다는 면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Share the Dream(꿈을 나누자)'이라는 슬로건처럼 모두가 산타가 돼 희망과 꿈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또다른 밝은 내일을 꿈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내년 이맘때에 한국 축구는 어떤 희망적인 모습으로 팬과 선수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관중들에게 싸인볼을 나눠주는 선수들 (사진-김지한)

 

(취재 지원- 홍명보장학재단)

출처 : 김지한의 Sports Fever
글쓴이 : 김지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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